회심가

김영임


일심암 정남은 극락세계라 나무아미타불 / 천지지시 분한 후에 삼남화성 일어나서
세상천지 만물 중에 사람에서 또 있는가 / 이 보시오 시주님네 이 내 말씀 들어보오
이 세상 나온 사람 뉘 덕으로 나왔었나 / 불보살님 은덕으로 아버님 전 뼈를 타고
어머님 전 살을 타고 칠성님께 명을 빌어 / 제석님께 복을 타고 석가여래 제도하사
인생일신 탄생하니 한 두 살에 철을 몰라 / 부모은공 아올소냐 이삼십을 당하여는
애윽하고 고생살이 부모은공 갚을소냐 / 절통하고 애달플사 부모은덕 못다 갚아
무정세월 약유파라 원수백발 달려드니 / 인간 칠십 고래희라 없던 망녕 절로 난다
망녕 들어 변할소냐 이팔청춘 소년들아 / 늙은이 망녕 웃지마라 눈 어둡고 귀 먹으니
망녕이라 흉을 보고 구석구석 웃는 모양 / 절통하고 애달픈들 할 일 없고 할 일 없다
홍두백발 늙었으니 다시 젊듯 못 하리라

인간 백년 다 살아도 병든 날과 잠든 날과 /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나니
어제 오늘 성턴 몸이 저녘낮에 병이 들어 / 섬섬하고 약한 몸에 태산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어머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 인삼녹용 약을 쓴들 약덕이나 입을소냐
판수들여 경 읽은들 경덕이나 입을소냐 / 제미 서되 쓸고 쓸어 명산대찰 찾아가니
상탕에 마지하고 중탕에 목욕하고 / 하탕에 수족 씻고 황촉 한 쌍 벌여 세고
향로향분 불 갖추고 소지삼장 드린 후에 /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칠성님께 발원하여 부처님께 공양한들 / 어느 곳 부처님이 감동을 하실소냐
제일전에 진광대왕 제이전에 초강대왕 / 제삼전에 송제대왕 제사전에 오관대왕
제오전에 염라대왕 제육전에 번성대왕 / 제칠전에 태산대왕 제팔전에 평등대왕
제구전에 도시대왕 제십전에 전륜대왕 / 열시왕전 부린 사자 십왕전에 명을 받아
일직사지 월직사자 한 손에 패자 들고 / 또 한 손에 창검 들고 오라사슬 빗기 차고
활등 같이 굽은 길로 살대 같이 달려 와서 / 닫은 문 박차면서 천둥같이 호령하여
성명 삼자 불러내어 어서 나소 바삐 나소 /

뉘 분부라 거스리며 뉘 영이라 머물소냐 / 팔뚝같은 쇠사슬로 실낱같은 이 내 목을
한번 잡아 끌어내니 혼비백산 나 죽겠네 / 사자님아 내 말 듣소 시장한데 점심 잡수
신발이나 고쳐 신고 노자돈 가져가세 / 만단개유 애걸한들 사자가 들을소냐
애고 답답 설운지고 이를 어찌 하잔 말고 / 불쌍하다 이 내 일신 인간 하직 망극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슬퍼마라  / 명년삼월 봄이 되면 너는 다시 피려니와
인생 한 번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 이 세상을 하직하고 북망산에 가리로다
어찌 갈고 심산험로 정수 없는 길이로다 / 불쌍하고 가련하다 언제 다시 돌아오리
처자의 손을 잡고 만단설화 유언하고 / 정신차려 둘러보니 약탕관을 버려 놓고
지성구호 극진한들 죽을 병을 살릴소냐 / 옛 노인의 말 들으니 저승 길이 머다더니
오늘 내가 당하여는 대문 밖이 저승이다 / 친구 벗이 많다하니 어느 친구 대신 가며
일가 친척 많다더니 어느 친척 등장하랴 / 구사당에 하직하고 신사당에 허배하고
대문 밖을 썩 나서니 적삼 내어 얹어 놓고  / 혼백 불러 초혼하고 없던 곡성 낭자하다

월직사자 등을 밀고 일직사자 손을 끌어 / 천방지방 몰아갈 제 높은 데는 낮아지고
낮은 데는 높아지니 시장하고 숨이 차다 / 애윽하고 고생하며 알뜰살뜰 모은 전량
먹고 가며 쓰고 가나 세상일은 다 허사다 / 사자님아 쉬어 가세 들은 체도 아니 하며
쇠몽둥이 뚜드리며 어서 빨리 가자 하니 / 그렁저렁 열나흘에 저승 원문 다다르니
우두나찰 나두귀졸 소리치며 달려들어 / 인정 달라 하는 소리 인정 쓸 낯 바이없다
담배 줄여 모은 재물 인정 한 푼 써나 볼까 / 저승으로 날라 오며 환전 부쳐 가져올까
의복 벗어 인정 쓰며 열두대문 들어가니 / 무섭기도 그지 없다 두렵기도 측량 없네
대령하고 기다리니 옥사장이 분부하여 / 남녀 죄인 등대 할 때 정신차려 둘러보니
십대왕이 좌기하고 최판관이 문서잡고 / 남녀 죄인 잡아 들여 다짐받고 봉초 할 제
귀면정제 나졸들이 전후좌우 벌려서서 / 정기검극 삼열한데 형벌기구 차려 놓고
대상호령 기다리니 엄숙하기 측량없다

남자 죄인 차례차례 호령하여 내입하여 / 형벌하고 묻는 말이 이 놈들아 들어보라
선심하마 발원하고 진세간에 나가더니  / 무슨 선심하였느냐 바른대로 아뢰어라
용봉 비간 본을 받아 한사극간 충성하여 / 증자왕상 효측하여 혼정신성 효도하며
눍은이를 공경하며 형우제공 우애하고 / 부화부순 화목하며 붕우유신 인도하여
선심공덕 하마더니 무슨 공덕 하였느냐 / 배고픈 이 밥을 주어 기사구제 하였느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선심 하였느냐 / 좋은 터에 원을 지어 행인구제 하였느냐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 하였느냐 / 목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 하였느냐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느냐 / 높은 뫼에 불당 지어 중생공덕 하였느냐
좋은 터에 원두 놓아 만인 해갈하였느냐 /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 하였느냐
마음 닦고 선심하여 어진 사람 되었느냐 / 불의행사 몹쓸 마음 흉참하기 극심하다
구렁이 뱀 금수되어 몇 겁인들 벗을소냐

착한 사람 불러 들여 공경하고 접대하며 / 몹쓸 사람 구경하라 극락 가는 사람 보소
네 소원을 다 일러라 네 원대로 하여 주마 / 극락세계 가려느냐 연화대로 가려느냐
신선제자 되려느냐 장생불사 하려느냐 / 옥제 앞에 심임하여 반도소임 하려느냐
석가여래 제자 되어 선관소임 하려느냐 / 선녀차지 선관되어 요지연에 가려느냐
출어인간 하려느냐 부귀공명 하려느냐 / 남중일생 호풍신에 명문자제 되려느냐
삼군사명 총독하여 장신 몸이 되려느냐 / 팔도감사 육조판서 대신 몸이 되려느냐
수명장 수부귀 부자 몸이 되려느냐 / 어서 바삐 아뢰어라 옥제전에 보장갈제
석가여래 아미타불 제도하게 이문하자 / 삼신 불러 점지할 제 바삐바삐 제도하라
대웅단에 올려 놓고 주찬으로 대접하며 / 몹쓸 놈들 잡아 들여 착한 사람 구경하라
저런 사람 선심으로 귀히되어 가나니라 / 너희놈들 죄 아느냐 풍도 지옥에 가두리라

남자 죄인 처결한 후 여자 죄인 잡아 들여 / 엄형으로 묻는 말씀 너의 죄를 들어보라
시부모 친부모께 지성효도 하였느냐 / 동생우애 하였느냐 친척화목 하였느냐
요 악하고 간특한 년 부모 말씀 대답하고 / 동생행렬 이산한 년 형제 불화하게 한 년
남의 재물 욕심낸 년 도적하고 화냥한 년 / 세상 간특 다 부려서 열두시로 마음 변코
못 듣는 데 욕한 년과 조왕 앞에 소피한 년 / 군말하고 성낸 년 남의 말을 좋아한 년
집안 대죄 범했으니 풍도성에 보내리라 / 죄목을 이르면서 온갖 형벌 다 하여
죄지경중 살펴가며 차례로 보낼 적에 / 말산지옥 구렁지옥 허방지옥 침짐지옥
닫혀지옥 분배하고 대연을 배설하여 / 착한 여자 불러 들여 소원대로 점지할 제
선녀 되어 가려느냐 대신 부인 되려느냐 / 부귀공명 하려느냐 네 원대로 하여주마
금상옥액 맺은 털로 선녀 불러 대접하니 / 그 아니 좋을 소냐 선심하고 마음 닦아
불의행사 하지 말고 조심하여 수신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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