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의 꿈

정태춘


비둘기의 꿈

작사.작곡 정태춘
노래 박은옥

"올 봄 전주에서 우리에게로 소포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그 속에는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비통한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편지와 열아홉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그의 아들 '장하다' 군의 유고 시집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보람있는 삶을 원했던 아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원했던 아이,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 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했던 아이... 너무나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 우리의 아이들이 이 땅의 잘못된 현실, 잘못된 교육의 숨 막히는 강요 속에서 얼마나 절망하며 고통스러워 했는지...
그래서, 결국엔 스스로의 목숨을 던져 절규의 종을 울리는 한 마리의 새처럼 이 땅 모든 아이들의 고통을 알리고자 그는 그의 너무나 짧은 생을 마감하며 살아서 그가 참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의 슬픈 시들을 남기고 여기 우리들로부터 떠나갔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떠나가는 이백여 명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의 노래가 여기 있습니다.
긴급 동의를 구하는 그들의 노래가 있습니다."

봄 햇살 드는 창밖으로 뛰어나갈 수 없네
모란이 피는 이 계절에도 우린 흐느껴
저 교회 지붕 위에 졸고 있는 비둘기
어서 날아가라, 계속 날아가라, 총질을 해대고
그 총에 맞아, 혹은 지쳐 떨어지는 비둘기들
음... 그래, 우린 지쳤어
좋은 밤에도 우린 무서운 고독과 싸워
기나긴 어둠 홀로 고통의 눈물만 삼켰네

아, 삶의 향기 가득한 우리의 꿈 있었지
노래도 듣고, 시도 읽고, 사랑도 하고
저 높은 산을 넘어 거친 들판 내닫는 꿈
오... 제발, 우릴 도와줘
내가 사랑한 것들 참 자유, 행복한 어린 시절들
알 수 없는 건 참 힘든 이 세상의 나날들

안녕, 이제 안녕,
여기 나의 노래들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안녕, 모두 안녕, 열 아홉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안녕, 부디 나의 노래 잊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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