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제비같이

춘향가

이도령을 이별하고 돌아온 춘향의 처량한 심사를 진양 서름조로 부른다. 이 대목은 다른 바디에는 간략하거나 없는데, 정정렬이 크게 확장하여 세련되게 짠 것으로 보인다. 김연수는 역시 정정렬제를 그대로 부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송만갑 드의 고제 판소리는 간략하고 장단이나 선율이 단조로운데 비해 정정령은 매 장면을 극도로 정교하고 다채롭게 다듬어서 크게 확장시켰고, 이런한 다양하고 표정적인 음악어법이 판소리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였다. 김연수는 이러한 새로운 음악어법을 적극 수용하였으며, 나중에 이를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

원반 : Victor KJ-1358(KRE 545)
녹음 : 1939. 6. 23

(아니리)
이러타시 설리 울 제, 저의 모친이 찾아 나오시니, 따러 집으로 돌아 오는디,

(진양)
비 맞은 제비 같이 갈 지자 비틀 걸음 울며불며 들오더니, 저의 모친은 건넌방으로 가고, 저는 제 방으로 들어와, 방 가운데 주저앉어, “아이고 허망허여! 도련님 만나기를 꿈속으 만났든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던 때여주고, 생시거든 임을 보세. 향단아! 발 걷고 문 닫쳐라. 침상편시춘몽중으 꿈이나 이루어서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으나 상봉허지, 생시에는 못 보것구나!” 비개 우으 엎드려서, 모친이 알까 염려되여 크게 울진 못허고 속으로 느껴 울며, “아이고 어쩌리! 우리 도련님 어디만큼 가겼는고? 어디 가다 주무시는가? 앉었는가 누웠는가, 진지를 잡수었는가, 날 생각고 울음을 우는거나? 아이고 언제 보리!” 이리 앉어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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