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뱅이굿(1)

김주호

김주호는 평안도 출신으로 보이나 분명한 것은 알 길이 없다. 김주호는 일제 때 서도소리 명창으로 이름을 떨쳤는데, 배뱅이굿 등 서도서리도 취입하였지만 주로 ‘영감타령’과 같은 재담소리와 민요를 많이 취입하였다.
김주호의 배뱅이굿 음반은 보기 힘든 편이며, 이 빅터 음반에 취입된 것이 아마 그의 유일한 배뱅이굿 녹음이 아닌가 싶다. 다행이 빅터 원반에 그의 녹음이 남아 있어 이번에 복각된 것이다. 이 배뱅이굿은 2장 4면에 담기어 있는데, 대체로 김종조의 배뱅이굿과 극적 짜임이나 사설이 유사하다. 따라서 김주호와 김종조의 배뱅이굿은 같은 바디로 보이는데, 김주호의 기량은 김종조에 견주어 처진다 할 것이다.
<제1면> 여기서는 아이 어르는 ‘둥둥타령’과 배뱅이 행상 타령이 담겨 있다. 소리제는 김종조와 같으나 간략하게 축소되어 있다.

장고 : 한문필
원반 : Victor KJ-1071(KRE 105)
녹음 : 1936. 2. 29

(아니리)
때는 송도 말년이었다. 세상이 분분하니깐 누대명문 배정승은 퇴로 낙향하야 원기인간 천만사에 강호연월 반사군하고 운겨월조로 한가한 세월을 보내는데, 슬하일점 열육이 없어 매양 근심이 된 모양이더라. 하로는 부인이 영감을 대하야,
“여보 영감, 만고성현 공부자도 이구산에 빌어 났더니, 우리도 지성이나 빌어보았으면.”
“지성으로 자식보면 무자하리 뉘 있겠소? 생각이 그러하면 좋도록 하오.”
그날부터 명산을 찾아가 백일을 마친 후, 그달부터 태기 있어 십색을 고이 채워 딸 하나를 낳았는데 일흠을 배뱅이라 짓고, 애지중지 길러낼 제, 노인 부부는 귀여라고 둥둥가를 하는 대목이었다.

(창 : 중중몰이 평조)
“둥둥 내 딸이야, 어둥둥 내 딸이야. 하날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광풍에 펄펄 날어 왔나. 포진가 숙향이가 니가 되어 나왔는가. 하날에 직녀성이 니가 되어 나왔느냐. 둥둥 내 딸이로군. 어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세월이 여류하야 십오륙 세가 되니 녀공에 침선이며, 배호지 않은 사서삼경, 만사에 달통허니, 원근 동리 자식 둥 사람들은 숙녀 있단 말을 듣고 청간이 부절할 제, 고문대가에 아마 허흔이 되었던 모냥이라. 내장 받어놓고 침질하다 배뱅이는 하품을 한 두어 번 하더니 몸살인지 입살인지 어깨넘어 등살인지 아다마 뒤통수가 자근자근하고 백약이 무효하야 고만 죽어노니, 부모는 떴다 공중에 떨어지며 복침통곡 서러할제, 부인은 좀 대범하던 모양이라.
“영감 사자는 불가부생이라. 다시 살아올 리 만무하니 장사나 훌륭히 잘 하여 줍시다.”
의금관곽 정히 하야 스물 네 명 상두군은 얼럴럴 발 맞추어 선산으로 나갈 적에,

(창 : 중중몰이 남.서도토리 섞임)
“너너 너호 너화넘차 너호.
이번 가면 언제나 올꼬. 다시 올 길이 막연하구나.
너너 너호 너화넘차 너호.
서산 명월은 다 넘어 가고 적수비풍이 슬슬 분다.
너너 너허 너화넘차 너허.
불쌍한 배뱅이가 황천길이 웬 일인가.
너너 너화 너화넘차 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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