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중 선인따라 가는데

오태석

(중모리)
선인들을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가는디 끌린난 추마(치마) 자락 거듬거듬 걷어 안고 붙들여 나가는디 피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이 사모찬다 만수터벅 흩으러진 머리를 바람제비가 나부치고 이리비틀 저리비틀 천방지축으로 따라가며 건너마을 바라보며 김동지네 큰 아가 작년 오월 단오일으 앵두 따고 놀던 일을 행여 잊었느냐 상침질 수놓기를 뉘(누)와 같이 허랴느냐.
너희들은 팔자 좋아 양친모시고 잘 있거라 내팔자는 기박혀여 인당수로 죽으러 간다. 듣고보난 구경꾼들 눈이 붓게들 설리울고 사공 분수하는 하느님도 아는바라 백일은 어디가고 음운이 자욱헌디 뒤돌아 저 보며 곱든얼굴 님을 보니 빛을 잃고. 요요한 버들가지 졸듯이 늘어지고 춘조난 다정허여 백반제송을 허는구나 묻노라 저 꾀꼬리 환우성의 계서울고 뜻밖으 두견이는 가지위에 높이 앉어 쾌쾌꼴 쾌쾌꼴.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어느때나 다시올까. 바람은 날린 꽃이 옥안에 부두치니(부딪치니) 꽃을 들고서 바라보며 약도춘풍 붙여귀는 하인취송낙화래라 한무제 수양공주 매화장도 있다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어느 때나 다시 올까 춘산으 지는 꽃이 지고 싶어 지랴마는 사세가 부득이라 한걸음을 돌아보고 두 걸음으 눈물지며 강두을 다달으니 뱃머리 닻 감고 돛 달아라 뱃소리를 허는구나 이거야 자- 어기야 어기야 어야- 이여- 소리를 허며 범피중류 떠나갈 때 사람치고는 못 볼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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