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렇게 뛰고 뒹굴고 야단이 났는듸 성군은 아무 물색도 모르고 그길로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를 보는듸
(단모리) 그 때에 백현진 만권시서 흉중에 가득이 품고 장중 들어가 장전 살펴보니 백설 같은 구름 채일 보개 우에다 높이치고 시백목 설포장을 구름같이 둘렀난데 어탑을 바라보니 홍일산 호양산 봉미산이 완연쿠나. 시위를 볼작시면 병조판서 봉명기와 도총관 비룡금관 승사각신 늘어섰다. 선상에 훈련대장 후상에 어영대장 유진의 금우대장 초영사 별곤직과 좌우포장에 도감중군 일대장 이대장 금군 칠백명 늘어서 억조창생 만민선배 일시에 하례할제 어전 풍악 떡궁처 앵무새가 춤추난 듯 대제학이 택출하여 어제를 나리시니 도승지가 모셔내어 포장 위에 번듯 춘당춘색 고금동이라 둥두러시 걸었거날 시제를 펼쳐놓고 해제를 생각하여 초연에 먹을 갈아 호황모 무심필 일필휘지하여 일천에다가 선장허니 상시관이 글을 보시고 자자 비점이요 귀귀마다 관주로다. 상사관이 등을 매겨 한림학사를 내였구나.
(아니리) 어주 삼배 먹은 후에 어전에 사은숙배허고 본댁으로 내려오니 낭자 자살하였거날 빈소에 들어가 정신없이 칼을 빼고 통곡할 제
(진양조) 아이고 낭자 숙영낭자 그대가 이것이 웬일이오 우리둘이 옥련동에서 만날 적에 무엇이라 말하였소. 죽지마자고 백년언약 하날같이 믿었더니마는 이 지경이 웬일이오 자식도 나는 귀찮고 살기도 나는 귀찮소 날 다려가오 나를 잡어가오. 여보 낭자 날 다려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