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바귀타령 - 최은호
시작일세 시작일세 담바귀타령이 시작일세
귀야 귀야 담바귀야 동래나 울산의 담바구야
너의 국이 어떻길래 대한의 제국을 왜 나왔나
우리 국도 좋건마는 대한의 국을 유람 왔네
은을 주려 나왔느냐 금을 주려 나왔느냐
은도 없고 금도 없고 담바귀씨를 가지고 왔네
저기 저기 저 산밑을 슬슬 갈아 엎어놓고
담바귀씨를 훌훌 뿌려
낮이며는 찬물을 주고 밤이되며는 찬이슬 맞아
겉의 겉잎은 다 제쳐놓고 속의 속잎을 잘 길러서
대모 (玳瑁) 번듯 드는 칼로 으슥비슥이 썰어놓고
총각의 쌈지도 한 쌈지요 처녀 쌈지도 한 쌈지라
소상반죽 열두 마디 수복을 새겨서 맞추어 놓고
청동화로 백탄 (白炭)불을 이글이글 피워놓고
담바귀 한 대를 먹고나니 목구멍 속에 실안개 돈다
또 한 대를 먹고나니 청룡 황룡이 꿈틀어졌다
길러 가세 길러 가세 덤불 밑으로 길러 가세
똬리 벗어 손목에 걸고 동이는 내려 옆에다 끼고
물 한 박을 뜨고 나니 어느 망나니 날 찾느냐
춘아 춘아 옥동춘아 냉수나 한 잔 주려무나
언제 보던 친구라고 냉수 한 잔을 달라느냐
지금 보면 초면이오 이따 보면 구면이라
저기 가는 저 할머니 딸이 있거든 사위 삼지
딸은 하나 있지마는 나이가 어려서 못 주겠네
여보 어머니 그 말씀 마오 제비가 작아도 강남 가오
여보 어머니 그 말씀 마오 참새가 작아도 알만 깠소
여보 어머니 그 말씀 마오 어머니 생전에 외손자 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