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눈이고 코고 귀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던 기말고사가 끝나고,
또한번의 크리스마스와 또한번의 신정이 지나고,
멍하니 그저 그렇게 살다가 보니
한달이 다 가고 있었다.
바보.
낮과 밤이라는 구분이 전혀 의미없는 나의 한달은
젊음의 방종속에 묻힌걸까-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본다는게
너무 무서워진 지금
나는 외롭다.
혼자이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지는 않았으면.
매번 뭔가 먹을때마다 솟구치는 구역질은
위를 비우는게 아니라 내 속의, 까맣고 무거운
짓눌려 있었던- 뭔가를 토해내고 싶은 까닭일까.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왜 지금 나와 같이 있지 않는거예요, 하고 원망도 해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그자리에 그렇게 서있던 사람
그저
내가 점점 더 꺼져들어가고 더 까맣게 변해버린걸 알턱이 없다.
내가 외로운 만큼 그가 채워주어야 할 책임따위 없는데.
그래서 요즘은
머리가 운다.
그렇게 큰 소리로 울부짖던 가슴에는 정적만 남았고
제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머리가
제 스스로 굴러가며 운다.
머리가 흘리는 눈물은 온기가 없다.
가슴은 그런 눈물을 보며 그저 안타까워할 뿐,
머리에게 눈물을 다 내어주고 만다.
소리쳐 원망하고
읊조리듯 위로하고
까닭없이 하하 웃고
까닭없이 엉엉 울었던
그 기운도 없다.
그냥 멍하니 초점없는 눈으로
머리가 흘리는 눈물을 내보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