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꿈의 시효도 끝난
이제는 현실에 맹종하는
잊혀짐에 익숙한
생활인이 된 나는 오래된 가수
한 때는 새 노래를 내놓으면
한 때는 인터뷰 제의도 들어오곤 했던 나였지
그 땐 그게 당연한 일이라 여겼어
이젠 모두 다 지난 일 이제는
어쩌다 고작 별 네 개짜리의 가수가 됐느냐는
동정어린 댓글을 받는
난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 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요새 난 자주 고민에 빠져
이제 그만 멈출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자문하곤 해
가수 생명은 이제 끝나지 않았냐고
더 버티면 버틸수록
더 초라할 뿐
사랑받기엔 너무 말라버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꽃잎도 잎사귀도 없는
난
지워져 사라져 가
내 새 노랜 품평 받는 흔하디 흔한
기호품일 뿐이라는 그 엄연한 현실에
고갤 떨구는 일만이
어렵사리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일임을 꾹 삼키는 일
그럼에도
이런 내 노래를 들어주는 그대여
고마워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