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란히 걷다가
갑자기 가슴이 시려
팔짱을 꼈어
좋은 사람이라는 말
그 말을 들은 날
하루 종일 우울했어
우리 둘은 친구 같아서
잔잔해서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얘기하던 너에게
말할까
좋아하고 있다고
더는 늦지 않게
말해볼까
지나가는 말처럼
재미없는 농담처럼
아무 생각도 안 했다며
태연하게
딴 곳만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워
말할까
오래 기다렸다고
강아지처럼 착하게
말해볼까
지나가는 말처럼
재미없는 농담처럼
네가 불러줬던 내 이름이
처음으로 예쁘게 들린 그날부터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었을 테니까
말할걸
후회한다고 해도
더는 늦지 않게
말해볼걸
사랑하고 있다고
농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