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파묻혀 바라보면
서글퍼질 일은 더 이상 없을까
차가워진 귓속으로부터
도망치는 마음은 발 디딜 곳 없이
어디로 가는지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고 나면
괜히 내일에 기대를
눈을 감은 채 머리를 비워도 똑같아
또 오지 않을 밤을 기다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난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 또 이렇게
언젠가 사라지는 이 계절에
무슨 흔적을 남겨두겠냐고
손끝 하나 어딘가 닿질 않은 채
그저 달빛처럼 바라보았지만
어느새 지나버린 이 시간엔
어떤 흔적도 남질 않았지만
훌쩍이며 바라본 모든 것들이
반짝이고 있어 이렇게
내 생각을 모두 다 내뱉고 나면
알 수 없는 표정의 널 볼 테니까
매일 난 꿈을 핑계로 네게 기대
언젠가 사라질 걸 알면서도
무슨 흔적을 남기고 싶냐고
가지 끝에 매달린 나뭇잎처럼
떠나는 계절을 붙잡고 싶지만
어느새 덮여버린 시간 속엔
어떤 마음도 찾을 수 없지만
무심하게 바라본 거울 속 내게
말을 걸고 있어 이렇게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