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질러진 너의 마음이
새빨간 밤을 만들어내고
이슬 매달린 너의 잔 하나가
아슬하게 살아있었네
새는 언제나 늘 그렇듯이
새벽 언저릴 꼭 피해 가고
너만 외로이 그 밤을 지킬 때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나
기어이 너의 창문에
찾아와 머리를 박는
온몸을 부딪혀서 너를 재우는
그 빗방울이 될 수는 없나
꿈속으로 오지 않는 너는
슬픈 이야기를 쓰고 있겠지
너만 외로이 그 밤을 지킬 때
나는 무엇이 될 수 있나
기어이 너의 창문에
찾아와 머리를 박는
온몸을 부딪혀서 너를 재우는
그 빗방울이 될 수는 없나
너의 비는 섬세한 손짓
께름칙한 어제를 다 씻어내고
너를 재워주는 슬픈 자장가
그 빗방울이 참 고마워라
기어이 너의 창문에
찾아와 머리를 박는
온몸을 부딪혀서 너를 재우는
그 빗방울이 될 수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