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더 어리던 혹은 좀더 젊던 시절 내 피가 너무 더웠던 날
언뜻 흘겨본 등쪽으로 뭔가 흘러 나는 딴 꿈을 좀 꾸어보았지
어쩌면 그건 그저 빠른 물살일까 혹은 낚시꾼의 덧밥이었나
하여튼 갑갑하고 답답하던 나의 날들에 뭔가 스치는 것이 있었어
이 바다는 너무 낮고 너무 축축해서 이리저리 매일 너무 뒤틀리던 차
옳지 불량스런 친구들과 어울려가서 우린 높이 한번 뛰어봤지
남들이 날개라건 지느러미라건 나만 날아버리면 된 거 아냐
저 갑판에 뱃놈들은 낄낄대며 아래 그물들은 넘실거리고
이 무겁던 차갑던 바다를 걷어 또 뛰고 날고 또 뛰고
자 봐라 모두 봐라 여기 날 봐라 나는 너희들을 내려다본다, 오, 오-
이제 무겁고 둔하고 그만 녹슬어버려 난 바다보다 눅눅해져
저기 30미터 40미터 아래를 향해 그저 낮게 가라앉아간다
남들이 뭐라고 궁시렁대건 나만 날아오르면 된 거 아냐
한 친구는 그물에 그만 걸려들어 저기 갑판에 버둥거리다 뻗고
그래도 날아 이때만은 나도 날아 나는 새들에게 큰소리를 쳤지
자 봐라 모두 봐라 여기 날 봐라 나도 너희들과 똑같이 난다, 오, 오-
이제 무겁고 둔하고 그만 녹슬어버려 몸은 바닥으로 납처럼 기어
눈만 위로 갖다 모아붙이고 그저 올려다만 보다 만다
눈만 이율배반적으로 모아붙이고 그저 올려다만 보다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