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마지막 여자
혹은 꼭 맞는 반쪽 영혼의
동반자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어디에
나 홀로 남겨두고 걱정도 안 되는지
한 열흘쯤 됐어 연락이 안 된 진
한 백 년쯤 됐어 속이 다 타버린 진
한 천 번쯤 했어
부재중 전화를 남긴 건
그래도 연락이 없더라
한 한 달 전쯤이었나
사귄 지는 한 석 달인가 넉 달
정도가 지날 때쯤이었나
늦은 새벽 일어나
혼자 식탁에 앉아 있는 그녀의
뒷모습에 화들짝 놀라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었지
그녀는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지
아침이 밝자마자 난 은행으로 달려가
내 전부를 그녀에게 계좌 이체했지
누가 이 여자를 아시나요 아시나요
누가 이 여자를 아시나요 아시나요
그 형사의 말을 그냥 듣고만 있었지
난 도저히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내 전부였던 그녀가
손발이 부르르 떨리고
하늘이 노랗게 질려
휘청 휘청거리며 반쯤 기어가듯
집으로 겨우 돌아와
낮과 밤을 술로
죽지 못해 버티다 결론을 내렸지
그녈 향한 마음은 과연 진짜였는가
그녀의 아픔이 내 아픔이긴 했는가
얼마나 깊고 진실했는가
그래 그녈 향한 내 사랑은
진짜였잖아
누가 이 여자를 아시나요 아시나요
누가 이 여자를 아시나요 아시나요
한참을 기도했어
혹시 그녀가
내게 미안해하진 않을까
돈 때문에 돌아오길
망설이진 않을까 기다리진 않을까
스스로 자책하거나 슬퍼하진 않을까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해
나 없이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해
그러다 정리가 된다면
언제든지 날 다시 찾아 와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