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메말라버린
고운 모래만 펼쳐진
황금빛 사막 한 가운데
뾰족하게 날 세운
가시로 몸을 두른 채
버티는 선인장처럼
내 나이는 푸른 빛 잎인데
내 마음은 회색 빛 가시라
넓은 세상에
손 내밀지 못하고
선 채로 늙어버린 시간들
푸르른 강물처럼
어디로든 향하리
내가 만난 세상
그 어디에도
또 다른 내가 나를 반겨주네
또 다른 내가 나를 반겨주네
빛도 사라져버린
고운 어둠만 펼쳐진
고요한 동굴 한가운데
무심하게 눈 감고
날개로 몸을 감싼 채
등돌리고 선 박쥐처럼
내 나이는 커다란 날갠데
내 마음은 멀어버린 눈이라
밝은 세상 마주하지 못하고
선 채로 늙어버린 시간들
동그란 바람처럼
어디로든 날으리
내가 만난 세상 그 어디에도
또 다른 내가 나를 반겨주네
또 다른 내가 나를 반겨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