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꽃단장 하고서 걸어 걸어서
혹시나 늦을까 달려 달려서
신호등 저 멀리 손 흔들며
해맑게 날 바라보는 그녀
새로 산 하이힐 아파 아파도
가고픈 그 곳이 또 멀고 멀어도
나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하네요
봄꽃이 피면 기차 여행을 가고
매일 아침마다 밥도 만들어 주고
결혼하면 해주겠단
그녀의 약속들이 백 개가 넘어
내가 뭘 물어보면 알듯 말듯한
얼굴로 아무 말없이
고갤 끄덕이네요
언제부터인가 저기 저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고양이가
계속 우릴 따라와요
면사포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그녀는 말했죠
이 세상에서 날 가장 멋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라고
세상에 숨겨진 빨강 파랑색
그 모든 행복을 같이 주워 담듯
아름다운 사랑을
할거라 말하네요
그렇게 어느 샌가
겨울 가을 여름 봄의 낮과 밤이
흘러서 1년이란 시간에 길들여지며
어딘지 모르게 그녀는
예전과 같지가 않네요
저 멀리에서 고양이가
무심하게 물끄러미 우릴 쳐다 봐요
그렇게도 기다리던 봄꽃 사이로 난
그녀 얼굴 바라보며 웃어보아도
이제 그런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은 건지
멈춰버린 시간 앞에
흐려지는 기차소리
난 자꾸만 무뎌져 가요
한숨 되어 날 부르는
그 수많은 약속과 춤추는
내 헛된 바램들 속에
두 귀를 막은 듯 내 얘긴
이제 들리지도 않는 그녀는 언제쯤
나를 돌아봐 줄까요
사랑한다 쓰다만 수첩 말고
나를 바라 봐
이제 고양이는 보이지가 않네요
예쁘게 꽃단장 하고서
걸어 걸어서 혹시나 늦을까
달려 달려서 신호등 저 멀리
손 흔들며 해맑게 날
바라보던 그녀
새로 산 하이힐 아파 아파도
가고픈 그 곳이 또 멀고 멀어도
나와 함께라면 아직도
어디든 갈 수 있나요
어느 봄날 떠나버린
옛사랑의 그 미소가 나를 따라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