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 반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고
그래도 씻기는 해야지
샤워기에 물을 틀고서
오늘 나는 어땠지
물줄기 흘러내리고
내 자신도 흘러내리고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
이 곳엔 진짜
내가 서 있을 곳 없는지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
내일은 진짜
나 설 곳 있는지
저녁 10시 반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고
냉장고 문을 열고
맥주 한 캔 따서 후
오늘 하루 내 자신은 어디 있었나
내 자신이 있긴 있었나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
이곳엔 진짜
내가 서 있을 곳 없는지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
내일은 진짜
나 설 곳 있는지
나를 무시했던 말
나를 경멸했던 말 다 잊고
오늘 실수 했던 거
기억하기 싫은 거
다 잊고 두 눈을 감고서
그려 보는 거야 내일을
기다리는 그런 날이 오기를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겠지
언젠가 아침을 기다리며
미소 짓겠지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겠지
언젠가 그 날에 내가 있겠지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겠지
언젠가 아침을 기다리며
미소 짓겠지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겠지
언젠가 그 날에 내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