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별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일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 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 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못 한 따뜻한
말 한 마디는 결국 잊혀질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 무섭게
쓰러지곤 하였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 가는 걸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 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 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못 한 따뜻한
말 한 마디는 결국 잊혀질 것이다
결국 잊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