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가 한탄하며
눈을 꼭 감았을 때,
갑자기 독사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산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눈을 떠보니 독사는 온데간데없고
훤칠한 신령이
보랏빛 띠를 들고 서 있었어.
"나는 약수를 지키는 약신령입니다.
배필이 되어주시겠습니까."
바리데기는 목숨을 구해준 신령의 배필이 되기로 했어.
"기꺼이 배필이 되겠습니다.
그전에 한시가 급한지라
청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들어드리지요."
"아버지께서 병환이 깊으셔서
약수를 가져가야 합니다.
약수를 가지고
서둘러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이제 우리는 배필이니 함께 가십시다."
그리하여 바리데기는 약신령과 함께
약수를 떠서 불라국으로 다시 돌아왔어.
돌아오는 길에 여섯 공주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
“언니들!!! 제가 약수를 구했습니다!”
“바리데기야! 살아왔구나!”
“약수를 구했다니! 장하다!”
공주들은 다 같이 불라국으로 가기로 했어.
이번에는 여섯 사위도
모두 함께 불라국으로 와서
인사를 하기로 했어. 한 편 불라국에서는
여섯 공주가 떠난 지가 오래되고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씨름하던
길대부인이 몸져눕고
그 사이 병이 더 심해진 오구대왕이
그만 세상을 떠나버렸어.
일곱 공주가 돌아온 날은
마침 오구대왕의 상여가 나서는 날이었지.
"멈추어라!"
바리데기가 다급하게
상여를 멈추라고 외치자마자
상여가 바닥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았어.
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길대부인이
바리데기를 품에 안고 엉엉 울었어.
"아이고 이게 누구냐. 바리데기가 왔구나!"
"늦게 온 불효를 용서하소서.
내 아버지를 살릴
약수를 구해왔으니
당장 상여를 열어주셔요!"
다급히 상여를 열어보니
오구대왕이 하얗게 생기 없이 누워있었어.
그때 바리데기의 배필인 약신령이
품에서 꽃 세 송이를 바리데기에게 주었어.
서천서역에서만 자라는
뼈살이꽃, 살살이꽃, 숨살이꽃이었지.
“이것으로 먼저
아버님의 몸을 쓸어드리시오.”
바리데기는 뼈살이 꽃으로
오구대왕의 몸을 쓸어내렸어.
그러자 이게 무슨 일이야?
뼈가 덜걱덜걱 제자리를 찾아가
딱 달라붙었어.
그리고 이번에는
살살이 꽃으로 다시 몸을 쓸어내리자,
뼈를 따라 뭉게뭉게
살이 차오르는 게 아니겠어?
마지막으로 숨살이 꽃으로 몸을 쓸어내리자
오구대왕의 입에서
깊은 숨이 흘러나오며
얼굴에 홍조가 돌기 시작했어.
바리데기가 눈물을 흘리며
품에서 꺼낸 무지개 색 다리를
색색으로 엮어 약수에 적셔
오구대왕의 몸에 올려두자,
순식간에 무지갯빛이 사위를 밝혀
눈이 부시게 했어.
모두가 눈을 감고 엎으려 절을 했어.
한참 지나, 빛이 사그라들어 눈을 떠보니
오구대왕이 일어나 앉아 있었어.
"이게 꿈이더냐 생시더냐,
며칠 자고 일어났는가 했더니
내 딸이 살아 돌아와 나를 살렸더냐!"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오구대왕은 바리데기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어.
건강을 되찾은 오구대왕은
지난날 자식을 버린 행동을 후회하며
나라를 자식이라 여기는 마음으로
더욱 정성스럽게 다스리기로 했어.
여섯 공주는 모두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에게 인사를 하고
배필들을 따라 돌아갔어.
바리데기는 그간에
떨어져 있던 마음을 다독이느라
한동안 더 부모님 곁에 머물렀어.
하지만 서천 서역국
약수터를 지키는 일을 더 미룰 수 없어서
역시 배필을 따라 돌아가게 되었어.
“아버님, 어머님.
소녀는 이제 서방님과 함께
서천 서역국으로 돌아갑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시고
후일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우리 아가. 내 공주야.
부디 지난 일은 잊고
예쁘게 행복하게 살거라!”
바리데기와 약신령은
오구대왕과 길대부인의 축복을 받으며
서천 서역국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불라국은
오랫동안 평온함이 넘치는 나라로
길이길이 전해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