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의 첫날
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감았던 두 눈을 뜬 다음
바닥에 붙어있던 손바닥을 떼
조금씩 내디뎌보는 발걸음
넘어지면서 배워 뛰는 방법을
속도를 올려 커져가는 보폭
그저 흐르는 시간에 발맞춰가면서
쭉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훌쩍 자랐어
뒤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추억과 트라우마 엮어서 만든 별자리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담긴 나의 삶
빛을 찾은 어둠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길 때처럼
오랫동안 닫아 놓았던 문을 이제 열어
벚꽃이 피던 봄이었지
코끝을 맴돌던 맑은 바다의 내음은
어느 순간 담배 연기가 돼 내 목을 조여
집 안에 짙은 먹구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내리치는 천둥소리
집에선 머저리 학교에서는 외톨이
나조차도 내 편은 아니었어 자기혐오로 가득해
이건 내가 아냐 과거를 모두 부정해
처음부터 다시 경험을 쌓아봐도
작은 실수 한 번에 무너지는 탑
실패의 반복 덮기 위한 약속들만 늘어가
더 높은 기준 무거워지는 맘
일어나기도 버거워 나 시작을 겁내
한참을 서성이기만 했어 난 여태
아직은 어색해 보일지 몰라도 거울을 봐
그토록 바라던 내가 눈앞에
솔직히 두려워
그때처럼 다 내 곁을 떠나 혼자 남겨질까 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봐도 등 돌리면 괴로워 커져가는 불안감
아마 다시 찾아오겠지 우울함은
어쩌면 평생 아물지 않을 이 아픔
그래도 굳이 살아보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두운 밤을 빛내준 수많은 별
늘 완벽하길 바랐던 삶
여전히 모든 게 서툴러 사랑을 주고받는 법
외면했던 과거도 분명한 나의 일부
받아들이겠어 밑거름이 될 치부란걸
주인공으로서는 완벽한 서사
새로운 이름과 함께 그려가는 역사
이 끝에 점 하나를 찍어 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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