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의 비밀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7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처음에 저는 화폭에 그려진
한 마리의 고양이었습니다.
시집을 오면서 남편을 잃고
별당에 갇혀 살던 한 여인이
그린 그림이었죠.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과부가
되어 평생 수절 해야 했던
여인에게 남은 것은, 홀로
다 쓰기 어려운 세월뿐이었습니다.
허락 없이 문을 나서지 못했던
여인은 한낮이면 담장 위로
걸어와 훌쩍 마당으로
뛰어드는 고양이 한 마리를
동경했습니다. 자신과 달리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고양이의 네 발이
금은보화보다 부러웠죠.
"자네는 정말 자유롭군."
“야-옹.”
“…답답하구나.”
어느 날부터 먹을 갈기
시작한 여인은 흰 화선지
위에 난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매난국죽과
학만 그려댔죠. 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나
봅니다. 몇 년간 그려왔던
그림들을 단번에 찢어 버린 여인은
나비와 강아지,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세월을 갈아내듯 매일 아침
먹을 갈면서요.
어느 가을이었을까요. 여인은
해거름에 별당을 찾아온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인은 고양이에게 다정하게
속삭였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갔다 오는 길이냐.”
고양이는 마치 자신을 잘
그려달라는 듯 담장에 아슬하게
몸을 걸친 채 잠들었죠. 녀석의
온몸은 지푸라기투성이였습니다.
수확 철의 밭에서 신나게
뒹굴었을 녀석의 털을 여인은
한 올 한 올 정성 들여 그렸죠.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처음으로 방에 걸렸습니다.
그 후로 몇십 년 동안 저는
여인의 그림 속 고양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여인의 머리에
흰 서리가 내릴 때까지
족자에 걸려 있었죠.
세월이 흐르자 늘 윤이 나던
별당의 마루에 먼지가
내려앉아도 닦아 줄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바쁘게 돌아다니던 일꾼들은
하나둘 떠나갔습니다.
늙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차례대로 세상을 떠나자 별당을
지키던 여인도 매일 잠들던
그 자리에서 고요히 생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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