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낮은 온통 리차저블 건전지들의 세상이다
그런 건전지들은 밤새
재생용 충전기에서 충전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아침이면 충전기에서 빠져나와 온종일
도시 거리의 어디선가에서 에너지를 방출시키고
저녁이면 자신의 충전기로 되돌아가곤 하지
때론 간밤의 충전 미약으로 반나절조차
버티지 못하는 것들 혹은 충전 미비로
거리로 나서지조차 못하는 것들도 많지
리차저블 건전지들에겐 밤이 짧다
도시의 하늘에 태양이 얼굴을 들이밀자
새벽까지도 조용하던 길거리에 갑자기
홍수처럼 리차저블 건전지들이 밀려들고
저마다 에너지를 뽐내며 파워를
과시하곤 하지만
거리에 다시 어둠이 지배하면 모두가
희미한 등불처럼 맥없이
각자의 충전기에 돌아갈 수밖엔 없는 일
세상엔 리차저블 건전지들로 꽉 찼다
그런 건전지들의 꿈은 소박하다
기왕이면 충실한 건전지가 되는 것이고
가능한 한 영원한 건전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리차저블 건전지들은 사라진다
새벽 세 시, 리차지가 더는 불가능한
리차저블 건전지 하나를 싣고
어느 빨간 구급차 하나
시커먼 밤 공기를 공허하게 가로지르며
도시의 텅 빈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어쩌면
리차저블 건전지들보다 더 고달픈 것은
그들을 말없이 충전시켜야만 하는
충실한 충전기일 수도 있겠다
그대 앞에서 언제나
든든한 힘과 용기를 받는 나에겐
그대야말로 나의 진정한 충전기일 수밖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고마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