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행진곡

에레나 (Elena)

소녀는 살며시 붓을 드네
방학은 어제 로 끝났네
퇴색한 물감
하얀색 커튼과 바람

9월은 흩어진 꽃의 한숨
소녀는 걸어서 길이 된
풍경을 가득
가슴에 담고서

긴 긴 소녀의 채색을 이어지고
아무리 가도 한 없는 슬픔 뿐인 이곳에
뭔가
멈추고 끌어당겨 칠하네
하얀색 물감 지워버리네

긴 긴 태양의 날들이 끝나 가고
소녀는 약속 한 바도 없이 누굴 기다려
뭔가
붙들고 뒤흔들어 칠하네
하얀색 물감 지워버리네

선택도 연락도 없이 지난
방학은 어제로 끝났네
퇴색한 물감
하얀색 커튼과 바람

씩씩한 시간이 흘러 가네
다정한 포옹도 잊고서
밀쳐진 어깨
하얀색 커튼과 바람

멀게만 느껴질 어느 날에
꽃이 피고 또 지는 화폭을
소녀는 가슴에 품은 채
걸어 온 길은 이제 그리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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