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속에서 곤히 디비자던 닭 한 마리가
어스름 새벽달에 푸드득 잠에서 깨더니
날지도 못하는 놈이 냅다 뛰기 시작 하는구나
어디보자 이건 달밤의 체조도 아니고
눈 시퍼렇게 뜬 걸 보니 몽유병도 아니로구나
마당을 지키던 견공이 푸드득 소리에 화다닥 일어나
살랑살랑살랑 닭대가리에 붙은 벼슬을 보고설라무네
그르릉 그르릉 그르릉 그르릉 그르릉
그르릉 그르릉 거리다가 하는 말이
'게 섰거라, 네 이년 너 오늘 아주 잽히면 디졌어잉.'
'아이구 머시여 이거, 시방 오방진이여?
아 그라믄 뫼셔야 쓰겄구마이.'
동방청제지신님 서방백제지신님
남방적제지신님 북방흑제지신님
중앙황제지신님 아닌 밤중에 저놈으 견공이
우째 저래 뿔이 났능교 가만 물어보니
홀로된 지 열두 달 발정난 견공이
깊은 잠 꿈속에서 암캐 하나 눈이 맞아
신나게 회포를 풀고 있었는디 그만
푸드득 소리에 단꿈이 홀라당
그려 그럼 그럴 만도 허네
푸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걸음아 날 살려라
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너 잡히면 직이벌랑게
젖 먹던 힘을 다해 뛰어오른 닭
아니 이게 웬 떡이냐 지붕까지 닿았구마이
아이고 분해 아이고 분해 아이고 분해 지도 날짐승이라고
들짐승의 서러움에 몸부림치는 그 이름은
닭 쫓던 개 닭 쫓던 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구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다가 아니 잠깐 저게 뭐시여
어허이 너 닭 너 말고 너 옆에 치나봐 치나봐
어스름 달빛 받아 자태고운 저 여인네 웃마을의 뽀삐 아녀?
달밤이 외로워 마실 나온 차에 뽀삐 눈에 딱 들어찬 견공이로다
아따 뽀삐 저 년 저거 살랑살랑 꼬리치는 것 좀 보소
샐쭉샐쭉 새침한 눈웃음에
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녹아내려 녹아내려
발정난 개 두 마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아 근디 거, 둘이 눈이 맞아부렀응게 그 도망가던 닭만 새 됐구마이.
그리고 어떻게 됐디야?'
'아유 둘이 시집 장개 가 가지고 잘 산디야. 얼마 전에 새끼도 놓다드만.'
'아 그려? 하 거 개새끼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