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비에 세 명의 아이가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산이 있는 건 여자아이뿐
남자아이가 집이 가까우니 그냥 맞고 가겠다 한다
다른 남자아이는 자기 집이 더 가깝다며 뛰어가면 된다 한다
여자아이는 누구 집이 더 가까운지 알지만 잠자코 있는다
남자아이가 우산을 하나 사서 가겠다고 한다.
다른 남자아이가 돈은 있냐고 물어본다. 둘 다 마침 돈이 하나도 없다
여자아이는 돈을 갖고 있지만 잠자코 있는다
여자아이가 택시 타고 갈 테니 둘이 우산을 쓰고 가라고 하니
남자아이들은 동시에 그건 안 된다고 한다
남자아이가 집에 전화해서 동생한테 나오라고 하겠다 한다.
다른 남자아이는 자기가 집에 전화해서 형한테 나오라고 하겠다 한다
둘은 누구 집이 더 가까운가 하는 문제로 다시 돌아왔다.
여자아이가 억지로 다 같이 우산을 쓰고 가볼까 하니
남자아이들은 동시에 그건 안 된다고 한다
결국 셋은 그냥 다 같이 비를 맞고 가기로 했다
말없이 빗속을 걸으며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다른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에 대해 생각했고
여자아이는 아침부터 우산을 챙겨준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었다
쁘띠에의 [º♡º 사랑해^&^행복해 ♣ º♡º]
2013.04.14 (벗꽃 흩날이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