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

김거지

친구가 물었어 수화기 속에서
조금은 취한 말투로
요즘 어떠냐고 조금 바쁘냐고
조금은 한가하냐고
아무도 없는 바다로 가고 싶다고
훌쩍 떠나고 싶다고
근데 너무 멀린 안 된다며 쓸쓸히
전화를 끊네 내가 더 쓸쓸해지게
작은 청춘도 쓰지 못하는
너는 구두쇠는 아닐런지
낯선 어디도 가지 못하는
너무 많이 남아버린 청춘
멍하니 멍하니 멍하니 초점 없는
미소만 그 미소만 그 미소만
늦은 밤 시곌 보며 망설이고
귓가에 벌써 알람 소리 들려
내일 아침엔 좀 늦더라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너와 함께라면
작은 청춘도 쓰지 못하는
너는 구두쇠는 아닐런지
낯선 어디도 가지 못하는
너무 많이 남아버린 청춘
멍하니 멍하니 멍하니
초점 없는 미소만
멍하니 멍하니 멍하니 초점 없는
미소만 그 미소만 그 미소만
돌아오지 않는 시계바늘만
다시 오지 않는 어제 그 시간
돌아오지 않는 시계바늘만
다시 오지 않는 어제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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