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정차식

08. 만추
그대의 입술처럼
낡아빠진 사심으로 내 몸을 빼앗고
얄궂은 추파 또한
그대의 세치 혀로 품어 준다네

아 사치로운 붉은 깃발 아래
더없이 넓은 가슴이여라
이 곳은 만족의 도시여라 추수의 도시여라
서울
가느다란 먹잇줄을 물고 지고 주책 없이 휘둘리는 죽은 하늘
서울
그대의 가슴 속에 숨어 잠든 욕망을 벗어던져라
서울

황홀한 밤이 오면
꿈틀대는 목구멍이 그댈 더듬고
고고한 자태 따윈
대쪽같은 욕정들과 마주친다네
아 사치로운 붉은 조명 아래
더없이 풀어헤친 열기여
이곳은 만족의 도시여라
굶주린 들개여라
서울
가느다란 목을 빼어 업고 지고 물고 빨고 격동하는 오색 물결
서울
그대의 가슴 속에 숨어 잠든 욕망을 벗어 던져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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