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분명 어른인데도
여전히 길을 잃지
아닌 척 해도 현실적인
내가 실은 밉지
내게 오지 않는 빛이 눈 멀게 했어
부모님과 어린 시절 생각에
멈춰 선 시침
순수했던 사랑
다소 불편했던 사랑
욕정만 나눈 사랑
다들 날 떠나간 사람
스치듯 흘러간 계절의 바람 따라
젊은 날의 추억도 흩어져
멀리 날아가라
남자라는 이름 달고
세상과 싸우려 이를 갈고
터져서 낡은 나의 무릎아
다시 일어서서 저 길을 밟고
떠나라 상철 가려줄 저 비를 맞고
나이가 느는 만큼 더해진 허풍
약해 보이기 싫어서
강한 척 했던 것뿐
절대 놓치기 싫은 20대의 끝자락
남은 건 사진 아닌 몇 곡의 노랫가락
흑백사진 속에
나를 닮은 이가 서있네
어린 날 보며
예쁜 아내와 웃고 있네
이것도 나의 모습이겠지
젊은 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삶의 연습이겠지
또 하루 멀어지네
Oh 나의 서른 즈음에
또 다시 멀어지네
Oh 나의 서른 즈음에
미움도 사랑도 추억도 방황도
또 하루 멀어지네
Oh 나이 서른 즈음에
오 조금씩 더 무서워지는 건
우리가 이젠 인생을 좀
알게 됐다 여기는 것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도
다 한번쯤은 해봤으니
뻔히 보이는 이분법
한 서너번 만나면
경험에 따라서 딱 견적이 나오고
그걸로 이 사람을
좀 더 만날지 말지
결정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삼아
서로를 알아나가는 그 과정
딱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이유 없이 들뜨고 설레이는
혼자서 별 헤이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전 애인은 왜 헤어진 지 몰라도
혹 결혼에 이르려면 어쩔 수 없다며
예쁘고 착한 거 딱 두 개만 봤던 나
이제는 체크리스트
한 열 개쯤 만든다
만사에 신중해지는 건
결국 모든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
또 조금 더 어른스러워져 나
그렇게 또 하루 어제와 멀어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