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간밤에 벗어 놓은 옷가지,
반쯤 남은 커피컵 하나. TV위에
나를 보고 웃어주는 오래 된 사진 한 장.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고
늘 하던대로 아침을 챙겨 거리로 나선다.
만나는 사람
나누는 사람
어제도 오늘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숨막히는
이 낯설음.
고개들면 높아만 가는 빌딩들 사이로
더 높은 하늘
날이 저문 거리를 지나
집으로 돌아 와 방안의 불을 켠다.
하루 종일 그대로
놓여 있던 물건들.
아침처럼 저녁도
달라진 건 없는데
무엇 때문일까, 처절한
이 서글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