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9.

음악도시

그 남자...♂

"뭐할까? 넌 뭐 하고싶은 거 없냐?"
만나긴 만났는데 그녀도 나도 딱히 하고싶은 건 없습니다...
그렇다고 밥을 먹기엔 이른 시간...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갈까 합니다...
주말 오후... 볼만한 것은 이미 다 매진되었고, 우리 중 아무도 예매한 사람은 없었으니 그저 표가 남아있는 영화를 봅니다...
뭐 예상대로 영화는 지루했지만 어쨌든 영화가 끝나니 밥을 먹기에 적당한 시간이 됐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 각자 메뉴를 주문하고, 그녀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나는 무심히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
남자가 무얼 잘못한 건지, 아니면 여자가 무얼 오해한 건지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헤어질 태세입니다...
"끝내!"
여자가 말하자, 남자 지지않고 대답하기를...
"좋아!"
음... 그걸 지켜보고 있던 나는 어쩐지 쓴 웃음이 나올 것 같아 혼자말인듯 질문인듯 그녀에게 물어봅니다...
"저기 우리는 언제 싸웠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안 나네?"
그제야 전화를 끊은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대답합니다...

그 여자...♀

"오래 됐겠지~ 나도 생각 안 나~ 니가 기억 못하는 걸 나라고 기억하겠어?"
화낼 생각은 없었는데 꼭 화난 사람같네요, 방금 내 목소리가...
하지만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내 목소리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도 없다는 듯 산만히 주위만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말다툼... 우리도 많이 다퉜죠...
서로 먼저 전화 끊으라고, 왜 내 전화를 더 빨리 받아주지 않냐고, 왜 다른 남자와 술 마시냐고, 그러는 넌 왜 다른 여자를 쳐다보냐고... 그런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서로에게 시비도, 짜증도, 화도 내지 않게 된 건 아마도... 음... 그 맘때였던 거 같아요...
어느 피곤한 날 마지못해 보낸 내 문자메세지에 그가 답장을 하지 않았을 때... 그런데도 난 화가 나거나 서운한 대신
'아, 다행이다~ 다시 귀찮게 답장 보내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던 때...
음... 우리도 싸울 일이 많았어요... 나는 그 사람만 바라보았고, 그 사람은 나만 바라봐주었으면 바랬던 시절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은... 아득하기만 한 그 때는... 우리도...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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