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0.

음악도시

그 남자...♂

오늘 나... 하루종일 방을 뒤졌다...?
니가 준 거... 되게 짧고 가느다란 볼펜...
그거 찾느라고...니가 그거 나한테 줬었잖아~
혹시 그것도 기억 못하는 건 아니지?
왜~ 지갑 속에 쏙 들어가서 가지고 다니기
좋을 거라고...내가 손에 뭐 드는 거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사람이 펜 하나는 들고 다녀야된다고
너도 알겠지만... 나 그거 진짜로 계속
넣고다녔거든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까 없더라고...
하루종일 찾았지... 가방부터 다 뒤집어 엎고...
입은 옷 주머니에서부터 먼지 많은 침대 위까지...
그런데 없더라고...
속상해서 막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고 싶었는데...
그래서 주먹을 꽉 쥐다가... 그러다가 생각했다...
니가 나 이런 모습에 질렸겠구나...
내가 왜 이러니...? 그냥 볼펜인데...
그것도... 이제는 선물한 사람도 옆에 없는...
그냥 볼펜인데...
니가 준 거는... 니가 한번이라도 만졌던 거는...
아직도... 아무것도 버리기가 싫어...
너는 내가 준 거... 다 버렸겠지...?
다 버렸니? 내가 준 거... 내 마음까지도 다...?

그 여자...♀

비가 오길래 어쩐지 추울 것 같고... 또
그래줘도 좋겠다 싶어서 내내 걸치고 다니던
가디건 대신 좀 두꺼운 듯한 재킷을 꺼냈어...
어제 든 가방은 이 옷과는 어울리지 않아
갈색 가방도 찾아 들었지...
그랬는데... 가방 안에 이 볼펜이 들어있네...?
너한테 있을 줄 알았는데... 나한테 있었네...?
이게 어떻게 나한테 있을까... 우리가 마지막에
만났을 때... 그 때였나...?
그래... 그때였나보다...
우리가 몇마디 안 되는 이야기 마치고 내가
먼저 일어나서 카운터로 가려고 했을 때...
멍하게 의자에 앉아있던 니가 갑자기 뛰어와선
내 앞을 막아 서면서...그 때 니가 그랬어...
"저번에 만났을 때도 니가 냈잖아~ 이번엔
내가 낼 차례야..."
'마지막인데 누가 내면 어떠냐~ 지금 그런 걸
따져야 되냐...'
난 그런 말을 하려다가 그만 뒀었지...
니 표정이 무서워서... 무서울 정도로
심각해 보여서...
그래~ 너는 펜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지~
너무 많이 기억해서 탈인 사람이니까...
잘 됐다~ 이 볼펜이라도 내가 가지고 와서...
니가 잊어버릴 거 하나라도 줄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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