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거

옥주현

[까뜨린느] 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 텐데
지긋지긋한 내 인생아
버러지 같은 내 인생아
그래도 벗어나고 싶은 욕망
그저 인간이 되고 싶어
누가 날 기억할까
아빠는 밤 마다 날 범했어
엄만 동전에 날 팔았지
누군가의 발을 씻긴 물로
갈증을 풀어야 했네
산다는 거 거 참 우습네
산다는 거 구역질이 나
산다는 거 짐승과 내가 뭐가 달라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 텐데
누군가의 발에 짓밟혀
누군가의 손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서서히 죽을 뿐
차라리 짐승이고 싶어
짐승이 양심이 어디 있어
짐승이 동정 따윌 가져서 뭐하나
날 좀 봐 찢겨진 옷
찢겨진 몸 찢겨진 맘 찢겨진 나
더 뭘 고민해야 해
내일이면 벗어날 텐데
내일이면 자유를 찾아
내일이면 다른 사람처럼
산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질지 몰라
이런 날 누가 침 뱉나
난 단지 살고 싶어
내일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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