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인의 이름은 한심이였습니다
나는 언젠가 한심이의 주근깨를 보며
얼핏 그 애의 주근깨를 짜보면
평생동안 참기름 걱정은 없을 것만 같은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꽃보다 귀한 여인이란 노래가
마치 자기 때문에 작곡되어진 줄 아는
한심이를 보면 저는 오 한심해라는 노래를
작곡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험 볼 때마다 보여달라고 콕콕 찌르는
그녀의 때가 낀 긴 손톱 때문에 나의 등 언저리는
언제나 너저분해졌으며 그것을 보고도 느긋하게
창피해 할 줄 모르는 그녀를 볼 적마다
현대 여성의 뻔뻔스러움에 놀란 내 콧수염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리는 얼어붙어 쌩쌩이며 찬 회색의 겨울 바람은
겨울 내내 불어 제쳤으나 나는 여느 때의 겨울처럼
발이 시려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 본적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발은 이미 심한 동상에 걸려
감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심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열아홉 살의
뜨거운 체온 뿐 그 외의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체온계는 없어 재 볼 수는 없었지만 집에 가는
버스 표는 항상 양말 속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또 우리가 그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둘이 팔짱을 끼고 걷던 뒷골목 길가에 버려진
연탄불을 매일매일 발견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심이는 그 긴 겨울의 골목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외투도 없이 바짝 붙어 혹시 제가
돈이라도 떨어뜨릴까봐 미행해주었던 것입니다
한심이는 끝까지 거지 같은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봄이 되자 약속이나 한 듯
헤어졌던 것입니다 한심 오직 그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