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길

정형근(Milli..
앨범 : 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황토길에 선연한 핏자국 핏자국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사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메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밤마다 오포산에 불이 오늘 때
울타리 탱자도 서슬 푸른 속니파리
뻗시디 뻗신 성장처럼 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대섶에 대가 성긴 동그만 화당골
우물마다 십 년마다 피가 솟아도 아아
척박한 식민지에 태어나 총칼 아래 쓰러져간 나의 애비야
어이 죽순에 괴는 물방울 수정처럼
맑은 오월을 모르리 모르리마는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
하늘도 없는 폭정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 모든 세월은 황토길은 우리들의 희망은
낡은 짝배들 햇볕에 바스라진 뻘기를
지나면 다시 메밀밭 희디흰 고랑 너머
청천 드높은 하늘에 갈리든 아아
그날의 만세는 십 년을 지나 철사줄 파고드는 살결에 숨결 속에
너의 목소리에 느끼며 흐느끼며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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