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랑이여~
빨갛게 물이 든 내 사랑이여~
보고 품을 두고 사랑이라 하오리까
그리움을 두고 사랑이라 하오리까
서러운 날들을 두고 사랑이라 하오리까
깊어가는 가을은
그해 여름이 짓밟고 간
납작하게 드러누운 능선을 따라
개선장군처럼 온종일 으르렁거리고
하나 둘…….
쌓여가는 낙엽들은
그네들만의 서글픈 언어로
마지막 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전 한 잎 없을지라도
함부로 가난을 주워담지 않으며
가슴에 번쩍거리는 훈장 하나 없을지라도
결코 부끄럽지 않을 삶을 살아 내야 하리
외롭지 않을 추억이 어디 있고
배고프지 않을 그리움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기적과도 같은 것
너와 나 그네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며
빨갛게 충혈된 못난 내 사랑에도
기쁘게 아파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