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 계면조의 ‘허튼 군사 모여든다’는 패주하던 조조 군사들이 점고를 하기 위해 모이는 대목이다. 현행 송만갑-박봉술의 소리에는 이 대목이 없고, 포리돌판 ‘화용도전집’(서울음반)에 정정렬의 녹음이 남아 있다. 김연수는 정정렬의 소리를 받아들인 것 같다. 패배한 조조 군대의 참혹한 모습을 그림으로써 전쟁의 비극을 고발하는 대목이다.
원반 : Victor KJ-1278(KRE 426)
녹음 : 1938. 9. 14
(아니리)
이렇듯 도망허다 한곳에 쉬어 앉어 정욱이 기 두르며, 군사점고를 허는디,
(진양)
허튼 군사 모여들 제, 갑옷 벗인 제장이며, 군복 벗어 두러멘 놈, 부러진 창 깊은 놈, 껜인 활 두러멘 놈, 깨어진 퉁노구 멘 놈, 불에 타서 검은 군사들은 반신불수 갈 수 없고, 창에 찔려 우는 군사 백공천창 피 흘리고, 배고파 기진한 놈, 냉병 들어서 설사난 놈 똥 누르라고 갈 수 없고, ‘어서 오너라’ 부르는 놈, 어떠한 군사 하나는 벙치 벗어 목에 걸고, 군복 벗어서 팔에다 걸고, 부러진 창대를 꺼꾸로 짚고 전동전동 들어오며 신세 자탄으 울음 운다. “아이고 아이고 어이 갈거나. 천리고국을 어이 갈그나. 존중허신 우리 부모, 규중홍안의 젊은 아내, 천리전장 날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이 올거나. 의려망이 몇 밤이며 화석지탄이 몇 날이나 되는고,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