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옥에서 동현으로 잡혀 오는데

은희진

아니리
어사또 동헌에 좌정허시고 차담상 올려 잡순 후에 수형리 잡어 들여 수도안 살펴보시고 다시 분부를 하시는디 네 여봐라 남원 옥중에 여러 죄인들은 다 백방으로 석방하고 춘향 하나만 급히 올려라 령이 내려놓니 수형리 분부 듣고 옥사정을 불러 춘향 급히 올리랍신다 옥쇠를 내어주니

중모리
사정이 옥쇠를 물와듣고 삼문 밖을 썩 나서더니 주먹 쥐고 급히 걸어 옥문거리 당도허여 장성같이 생긴 열쇠를 쟁그렁 청 열따리며 나오느라 나오느라 수의 사또가 행차를 허신 후 너를 올리라니 어서 급히 나오느라 춘향이 이 말 듣고 아이고 이제는 죽는구나 여보시오 사정번수 옥문 밖에나 삼문 밖에나 추포도복 헌파립에 웬 과객 하나 못 보았나 아 이 사람아 이 난리 통에 누가 누군 줄 알것느냐 그런 실없는 소리 말고 어서 급히 들어가세 아이고 어디를 가시여 못 오신고 갈매기는 어데 가고 물드는 줄을 모르며 사공은 어데 가고 배 떠난 줄을 몰라있고 우리 서방님은 어디를 가시고 나 죽는 줄을 모르신가 내 몸 한 번 죽어지면 불쌍허신 우리 모친은 뉘게다가 의탁을 허며 다정허신 우리 낭군 옛 언약을 아니 잊고 나를 찾아 오셨다가 회향허여 올라가며 날 생각고 우는 설움 그 설움이 오죽허리 길 걷는 줄을 모르고 삼문거리 당도허니 벌떼 같은 군로사령들이 와르르르 달려들어 춘향 잡아들였오

아니리
그 때여 남원부중 노소 과부들이 춘향 잡어갔단 소리를 듣고 수의사또전 등장을 드려 춘향을 살려 보량으로 웬갓 과부들이 모여들기 시작허는듸

자진모리
인물도 어여쁘고 깨끗허게 늙은 부인 소복을 정히 허고 수태띤인 젊은 부인 맵시있고 태도 좋고 얼굴도 동탁허고 키 꼴도 장대허고 말 잘 허는 부인이며 청상과부 팔자되어 궁상으로 생긴 부인 백묘양전 김 매다가 호미 들고 오는 부인 작반등산 뽕따다가 모양 없이 오는 부인 수백명 부인들이 동헌 뜰에가 가득 차니

아니리
어사또 이만하고 보시더니 어 어떠하신 부인들이 이다지 많이 오셨는지 그 연유를 아뢰라 그 중에 젊은 부인 하나 나서서 아뢰는데 저희들은 본 읍 사는 과부들이 온듸 지극히 원통헌 일이 있삽기로 명철허신 수의 사또 전에 등장 드리러 왔나이다 무삼 소회 있는대로 조조이 아뢰어라 저 과부 땅에 엎디여 아뢰는듸

중모리
예 소회를 아뢰리다 충신불사 이군이요 열녀불경 이부절은 천지간에 으뜸인듸 봉명허신 방백수령 열녀를 어이 모르리까 월매 딸 춘향이는 어미는 기생이나 아비는 재상이라 구관자제 이도령과 백년가약 맺인 후에 호사다마하여 도련님을 이별허고 수절하고 있압더니 본관성주 도임 후에 수청 아니 든다허고 장하에 모진 형벌 명재경작이 되었으니 명찰허신 수의사또 열녀춘향 방송허심을 하늘같이 바래고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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