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깜짝 놀래 그네 아래 내려 서며
"아이구 깜짝이야 너 무슨 소리를 그렇게 지르느냐?
하마트면 낙상 (落上)할 뻔 했다"
"허허 아 시집도 안 간 가시네가 낙태 (落胎) 했다네"
"내가 낙상이라고 했지 언제 낙태라고 하더냐?"
"하하하 그건 잠시 농담이고 여보게 춘향이
딱한 일이 있어 왔네"
"무슨 일이란 말이냐"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 구경 나오셨다가
자네 추천 하는 것을 보고 불러 오라 하시기에
하릴없이 건너 왔으니 어서 바삐 같이 가세"
"공부 하시는 도련님이
나를 어찌 알고 부르신단 말이냐?
네가 도련님 턱밑에 앉어 춘향이니 난향이니
종조리 새 열씨 까듯 조랑 조랑 까 바쳤지?"
"허허 아 제 행실 그른 줄은 모르고
나 보고 일러 바쳤다고?"
"내가 행실 그른게 무엇이란 말이냐?"
"그럼 내가 네 행실 그른 내력을 이를테니
좀 들어 보소 잉"
"그른 내력을 들어를보아라
그른 내력을 네 들어 보아
계집 아해 행실로서 여봐라 추천을 헐 양 이며는
네 집 후원 (後園)에다 그네를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헌데서 은근히 뛰는 것이 옳지
광한루 머지 않고 또한 이곳을 논지 (論之)하면
녹음 (綠陰)은 우거지고 방초 (芳草)는 푸르러
앞 내 버들은 초록장 (草綠帳) 두르고
뒷 내 버들은 청포장 (靑布帳) 둘러
한 가지는 찌여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 (狂風)이 불면 흔들흔들 우쭐우쭐 춤을 출 제
외씨같은 두 발 맵씨는 백운간 (白雲間)에가 해뜩
홍상 (紅裳) 자락은 펄렁
도련님이 보시고 너를 불렀지
내가 무슨 말을 하였단 말이냐
잔말 말고 거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