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범벅타령
범벅타령과 중타령은 좀 에로틱한 것입니다. 범벅타령은 열두달 세시음식으로 범벅을 노래하는 것이지만 실제 내용은 서방질한 여자의 노래이고 중타령은 중이 젊고 예쁜 과부와 놀아나는 얘기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신 분은 전찬기씨라고 예순 한살 되신 분입니다. 우리 집 하수도가 막혀서 일하러 오셨는데, 가만히 보니까 노래께나 할 거 같아요. 그래 좀 쉬시고 노래나 좀 해보실라우 하니까 아 그러라고 그래서 우리집 툇마루에 앉아서 부른 겁니다.
정월 한달에는 오곡범벅이요, 2월 한달엔 애탕범벅
3월 삼진은 쑥범벅이요, 4월 파일엔 메치범벅이요
5월 단오엔 수리치범벅 6월 유두엔 밀범벅이라
7월 칠석에 호박범벅 8월 한가우에 오래범벅
9월 허고는 씨래기범벅 10월 상달엔 무설기요
동짓달에는 찹쌀범벅 섣달이라고 흰떡범벅
범벅이라고 개와신다 범벅이라고 개와노와
이 범벅을 누길 주나 이 범벅을 누길 주어
이도령은도 본냄편이요 김도령은 새치긴데
요년의도나 호살 봐라 요년에도 거동 봐라
뒤꼍으로만 돌아들어 삼사년 묵은 시래기 타래미
오른손에 검처잡고 김도령하고는 눈마침만 하누나
이 때 이도령이 그 눈치를 채고 장사치로만 나간대니
새벽 조반을 지라한다
새벽 조반을 짓느라고 새벽 조반을 짓노라고
부뚜막 장단에 엉덩춤 춰 부지깽이 장단에 어깨춤 춰
얼른 뚝딱 지다 놓고요 많이 잡숴 많이 잡숴
인제 가면은 언제 오나 오매는 한이 작정있나
일년도 가요 이태도 가지 오매는 한이 작정있나
요년의도나 호살 봐라 요년의도나 거동 봐라
이도령 장사차로만 나간 뒤에 동소문안에를 썩 들어서
이리 저리 저리 이리 아래로 우에로 우에로 아래로
이리 한참을 싸다니다 유기점을 당도하야
주발대접 한쌍 사고 함박 쪽박을 보지기서
집으로만 돌아와서 김도령을 기다린다
김도령을 기다릴제 해는 어이나 아니가고
야삼밤중이 언제오나 왜 아니오나 왜 아니와
김도령이 왜 아니와
이 때에 김도령 썩 나시니 요년에두 호살 봐라
강강이 발로만 뛰어나가 김도령을 덤썩 안고
왜 늦었소 왜 늦었소
초하루 보름이 아니어든 왜 이렇게도 늦었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오 솟을 대문을 썩 들어서서
중문안으로 썩 들어서 중문을 닫고 들어간다
내방으로만 들어오쇼 내방으로만 들어와
자개함롱에 반다지는 머리맡으로 뇌여있고
샛별 겉은 놋요강은 발치에만 뇌였구나
원앙금침 잣벼개는 둘이만 낮벼 놓고
논다 논다 논다 놀아
하늘에 선관 학을 타고 하늘에 선녀 무지개 타
대국천자는 쾨로리타고 일본왕 마차타고 조선왕은 연을 타고
정승판서 초헌타고 육조판서는 사련교 타 시골건달은 자전차
서울 건달은 택시타고 만백성은 바지랑 타고
널과 날과는 탈 것이 없어 두 몸이 한 몸만 되어서 놀아보자
이 때에 이도령이 문열라니
어허 이 일을 어찌허나 어허 이 일을 어찌허나
여보시오 도련님 이 일을 급했으니 자개함롱 반다지를
덜컥덜컥 열어띠리고 이리 잠깐 들어가오
김도령을 집어넣고 반다지를 덜컥 채여
왜 이리도 빨리 오나 문을 열고 나간다
한달도 가요 두달도 간대더니 왜 이리도 빨리 왔소
어허 여보게 내 말 듣게 문복을 허여보니
우리집의 저기 저 반다지로 해 집안이 망한다네
그것을 불써노라고 내가 돌아왔네
여보시오 그말 말오 대대로 내려온 세전지거물은 그뿐인데
탈이라니 무신탈 어허 그런 소리 다시마오
어허 치어라 치어 이 머리를 들어라 이여차
저머리를 들어라 이여차
이도령이 김도령을 걸머지고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노랑 잔대밭에다 내려놓고
이놈 반다지속에서 잘 살아라
성냥불을 확 거댔다
요년의 거동 봐라 요년의 거동 보아
노구메를 지어 이고 불탄 잔데미 갖다놓고
어서 나를 데려가오 어서 나를 잡어가오
일시가 급허오니 어허 나를 잡어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