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부타령 - 이춘희
아니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일년 삼백 육십일은 춘하추동 사시절인데
꽃 피고 잎이 나면 화조월석 (花朝月夕) 춘절이오
사월 남풍 대맥황 (大麥黃)은 녹음방초 하절이라
금풍 (金風)이 소슬 (蕭瑟)하여
사벽충성 (四壁蟲聲) 슬피 울면
구추단풍 (九秋丹楓) 추절이오
백설이 분분 (芬芬)하여
천산 (千山)에 조비절 (鳥飛絶)이오
만경 (萬逕)에 인종멸 (人踪滅)하면
창송록죽 (蒼松綠竹) 동절이라
인간 칠십 고래희요 무정세월 약류파 (若流波)라
사시 풍경 좋은 시절 아니 놀고 무엇하리
얼시구나 절시구나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띠리리 디리리리 디리리리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증경은 쌍쌍 (雙雙) 녹담중 (綠潭中)이오
호월 (皓月)은 단단 (團團) 영창롱 (映窓瓏)인데
적막한 나유 (羅惟)안에 촛불만 돋워 켜고
인 적적 (人 寂寂) 야심 (夜深)한데
귀뚜람 소리가 처량하다
금로 (金爐)에 향진 (香盡)하고
옥루 (屋漏)는 잔잔 (潺潺)한데
돋은 달이 지새도록 뉘게 잡히어 못 오시나
님이야 나를 생각하는지 나는 님 생각 뿐이로다
얼시구나 절시구나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간주중
아니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 사랑
오목조목 알뜰 사랑 왈칵달칵 싸움 사랑
무월삼경 (無月三更) 깊은 사랑
공산 야월 달 밝은데 이별한 님도 그린 사랑
이내 간장 다 녹이고 지긋지긋이 애탠 사랑
남의 정만 뺏어가고 줄줄 모르는 얄미운 사랑
이 사랑 저 사랑 다 버리고
아무도 몰래 단둘이 만나 소근 소근 은근 사랑
얼시구나 절시구나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띠리리 디리리리 디리리리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백구 (白鷗)야 나지를 마라 너를 잡을 내 아니다
성상이 버리심에 너를 쫓아 예 왔노라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요만하면 넉넉하지
일촌간장 맺힌 설움 부모님 생각 뿐이로다
얼시구나 절시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