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 념
- 김달진 시
봄 안개 자욱히 내린
밤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몰려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凝視)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다룰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運命)
다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시이다.
먼 하늘가에만 귀 기울이며 홀로 정열의 등불을 다루는 가등을
내세워 사랑에 애타는 시인의 고독한 심정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