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의 노래
-김 형원 시
1
나는 벌거숭이다.
옷 같은 것은 나에게 쓸데없다.
나는 벌거숭이다.
제도 인습은 고인의 옷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시비도 모르고 선악도 모르는.
2
나는 벌거숭이다. 그러나 나는
두루마기까지 갖추어 단정히 옷을 입은
제도와 인습에 추파를 보내어 악수하는
썩은 내가 물신물신 나는 구도덕에 코를 박은.
본능의 폭풍 앞에 힘없이 항복한 어린 풀이다.
3
나는 어린 풀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나에게는 오직 생장이 있을 뿐이다.
태양과 모든 성신(星辰)운명하기 까지.
나에게는 생명의 감로가 나를 뿐이다.
온 누리의 모든 생명들로 더불어
나는 영원히 생장의 축배를 올리련다.
4
그리하여 나는 노래하려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부터
똥통을 우주로 아는 구더기까지.
그러나 형제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이러한 노래를
(모순되는 듯한 나의 노래를)
서슴지 않고 보내는 것을 기뻐하라.
새로운 종족아! 나의 형제들아!
그대들은 떨어진 옷을 벗어 던지자
절망의 어둔 함굴을 벗어나고자 힘을 쓰자.
5
강장한 새로운 종족들아!
아침 해는 금노을을 친다.
생장의 밭은 아직도 처녀이다
개척의 팽이를 들었느냐?
핏기 있는 알몸으로 춤을 추며.
굳세인 목소리로 합창을 하자.-
6
나는 벌거숭이다.
우리는 벌거숭이다.
개성은 우리의 뿌릴 <생명의 씨>이다.
우리의 밭에는 천재지변도 없다.
우리는 오직 어린 풀과 함께
햇빛을 먹고 마시고 입고.
길이길이 노래만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