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시
여기는 동해 바닷가의 한 솔밭
호올로 모래 위에 누웠노라면
먼 포성(砲聲)은
인류의 크낙한 신음처럼 끊임없이 울려오고
아가야
내 미쳐 몰랐던 너에게의 애정이
이렇듯 가슴 조여 그리움을 자을 줄이야
수없는 젊은 목숨들이 아까움 없이
어제도 죽어가고
오늘도 죽어가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내쳐 모를
그 오직 하나 밖에 아닌 목숨의 살고 죽음이
여기에선 차라리
알성 찬가게의 거래보다 수월히 치러지노니
아가야
그냥 너의 어린 뺨에 입마추고 나온 그 길이
설령 이대로 마지막 한(恨)이 된달지라도
인간 삶의 헌옷 같은 애련(哀憐)일랑
아예 벗어 남길 것이 못되거니
도시 인류에서 아쉬운 애정의 가난에서
아가야
다만 나무처럼 자라며 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