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아우라지 술집 토방에서 우리는 경월소주를 마셨다 구운 피라미를
씹으며 내다보는 창 밖에 종일 장마비는 내리고
깜깜한 어둠에 잠김 조양강에서
남북 물줄기들이 서로 어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염이 생선가시같이 억센
뱃사공 영감의 구성진 정선아라리를 들으며
우리는 물길 따라 무수히 흘러간
그의 고단한 생애를 되질해내고 있었다
- 사발그릇 깨어지면 두세 쪽이 나지만
- 삼팔선 깨어지면 한 덩어리로 뭉치지요
한순간 노랫소리가 아주 고요히
강나루 쪽으로 반짝이며 떠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흐릿한 십촉 전등 아래 깊어가는 밤
쓴 소주에 취한 눈을 반쯤 감으면
물 아우라지고
사람 아우라지고
우리나라도 얼떨결에 아우라져버리는
강원도 여량땅 아우라지 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