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손에 쥔 게 모래뿐일 때
작은 몸 숙여 바닥에 대고
모래를 모아
두꺼비집 만들었을 때
내가 조금 어렸을 적에
손에 쥔 게 연필뿐일 때
시험지 여백을 가득 채운
나의 낙서가
사실은 내 꿈이었을 때
난 왜 지나버린 후에
다시 잡고 싶어 하는지
난 왜 놓쳐버린 후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지
모든 게 불안하던 날에
버스에서 창밖을 보다
어디로든 나를 데려가길
바라는 맘에
창에 기대 눈을 감았네
난 왜 지나버린 후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지
난 왜 혼자가 된 후에
모든 것이 선명해지지
어렸을 적 꿈을 꾸었네
나를 부르는 친구들과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바닷가에서
모래에 낙서를 남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