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빈 잔을 채워요
내가 쓸 데 없이 빈 말하지 않게
부디 진담을 나눠요
말의 무거움이 증발하지 않게
하늘이 엎질러놓은 구름 밑
떨어질 소나길 받아낼 무덤이
아무 이름도 없는 사람이
짓다만 시들이
우리를 살게 만들지
내가 왜 그랬잖아요
우린 저 별 대신
살아갈 거라며
제가 늘 그랬잖아요
아픈 시대에 핀
오월을 삼키면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남겨진 사람에게 전해요
죽어도 따라오면 안돼요
떠나간 사람 이제 못 봐요
꿈을 꾸기 전엔
난 늘 이런 방 안에서만
되새기고 또 잊어버리고
남들이 남겨놓은 위로에
낱말만 주워다 입만 담은
어른이죠
내가 왜 그랬잖아요
별은 우릴 대신
죽어간 거라고
제가 늘 그랬잖아요
가쁜 숨을 내쉰
동네를 지나면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그 날 잠도 못 잤잖아요
눈 매워 슬피 울고 참았잖아요
내가 어떻게 잠을 자요
밤마다 쉴 새 없이 보살필 테요
주무셔요
건강하셔요.
제 말 안 들리까 봐요
이렇게 적어서
노래로 보내요
해가 넘어간 다음에
불 꺼진 하늘에
남겨진 별들엔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