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태양을 지나
떠나간 여름 생각
언제부터 서있었나
여전히 미련만 남아서
사랑의 속도란건
적당한 정위치가
중간이라 알았지만
전혀 지키지 않아서
별볼일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내 모습
하얗게 타고남은 찌꺼기와 같지
우리사이의 온도는 꽤
뜨겁게 타오른 책이었네
다 타버린 다음 페이지에
새하얀 잿가루만 남긴 채
우리사이의 온도는 꽤
뜨거운 한낮의 도로였네
녹아내린 흙바닥 위에 까맣게 남겨진 내 소사체
사랑할때 있어서
아끼지 말라는 것
이제와서 장담은 못하겠어
맞는 말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연료를 계속 태워
끝나고서 돌아보면 곁엔
아무것도 없고
우리사이의 온도는 꽤
뜨겁게 타오른 책이였네
다 타버린 다음 페이지에
새하얀 잿가루만 남긴 채
우리사이의 온도는 꽤
뜨거운 한낮의 도로였네
녹아내린 흙바닥 위에 까맣게 남겨진 내 소사체
너 만큼 날 감싸준 사람 없을 걸
이딴거 어디가서 지껄이는
내 모습 역겨워
우리사이의 온도란건
타올랐던게 무색하게도
멀지 않은 끝이 있던
낮잠속 행복한 꿈이었고
우리사이의 온도는 꽤
뜨거운 한낮의 도로였네
녹아내린 흙바닥 위에 까맣게 남겨진 내 소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