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한 아이
노래 부르며 가네
풀잎 같은 노래는
바람에 흩날리는데
반쯤 감은 두 눈에
불러도 대답없이
모르는 노래 하나
부르며 혼자 가네
새벽 어둠 풀잎 끝에
가만히 맺혔다가
아침 바람 불어오면
가벼이 돌아가는
한 방울 이슬처럼
한 방울 눈물처럼
온다는 소식 없이
간다는 기별도 없이
그렇게 가만히
찾아오는 그 노래
그렇게 가뭇없이
돌아가는 그 노래
슬픔도 없는 노래
아픔도 없는 노래
미움도 원망도
그리움도 없는 노래
이 세상 어디에나
가득한 설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 노래
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 눈에 들어와
듣고 싶지 않아도
그예 귀에 울려와
가만히 눈을 감고
없는 노래 불러요
없는 줄 알면서도
없는 노래 불러요
저 길에 한 아이
노래 부르며 가네
별빛 같은 그 노래
멀리서 가물거리네
동그만 어깨 위에
어스름 내리는데
세상에 없는 노래
부르며 멀리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