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고정희
당신이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저 쓸쓸한 황야에 바람을 잠재울 수 있엇을 것입니다
당신이 조금만 더 가슴을 열었더라면
저 산등성에 날아오르는 새들이 저무는 하늘에
신의 악보를 연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신이 조금만 더
더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더라면
세상은 한 발짝씩 천국쪽으로 운행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의 기쁨과
편안한 밤 기슭과 아름다운 섬에 1박 2일이
또다시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합니다
우리 둘이 함께 춤추던 밤에
힘찬 포옹과 무심한 새벽 달빛과 무정한 세월 뒤에
속절없이 피고 지는 산꽃 들꽃이 또다시 온몸을 들썩이게 합니다
아 자나깨나 내 머리맡에 너무 큰 하늘이 내려와 있어
밤마다 서슬을 세운 별들이 명멸하고
적막한 산천 처마 밑에서
노여운 내가 마녀처럼 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