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 팔십리

정태춘

여드레 팔십리 방랑의 길목엔
남도 해무가 가득하고
어쩌다 꿈에나 만나던 일들이
다도해 섬 사이로 어른대누나

물 건너 제주도 뱃노래 가락이
연락선 타고 와 부두에 내리고
섬 처녀 설레던 거치른 물결만
나그네 발 아래 넘실대누나

에 헤이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이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로 물길 따라 가누나

떠나는 연락선 목 메인 고동은
안개에 젖어서 내 귀에 들리고
보내는 맘 같은 부두의 물결은
갈라져 머물다 배 따라 가누나

나 오거나 가거나 무심한 갈매기
선창에 건너와 제 울음만 울고
빈 배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만
삼학도 유달산 손 잡아 보잔다

에 헤이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이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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